처음 다연을 본 건, 작은 카페의 창가 자리였다.
일 끝나고 들른 그 카페에서
나는 습관처럼 아메리카노를 시켰고,
그 커피를 조심스럽게 내려주던
작은 체구의 여자를 처음 마주했다.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낯선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건네는
부드러운 눈매와
늘 정갈하게 묶은 머리,
그리고 손끝까지 예의가 배어 있는 동작들.
다연은 단 한 잔의 커피에도 마음을 담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그저
커피를 타주는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그 뒤로 나는 자주 그 카페를 찾았고,
카운터 너머의 그녀도
내 이름을 기억해주었다.
"오늘도 진한 걸로 드릴까요?"
그녀의 말에
나는 괜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다연과의 대화는
커피 향처럼 천천히 스며들었다.
오늘 날씨, 음악, 책,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들까지.
그녀와 눈을 맞추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알게 되었다.
그녀는 단지 종업원이 아니라,
내 하루의 위안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어느 날,
내가 먼저 말없이 작은 쪽지를 건넸다.
"이 커피 말고,
언젠가 당신이 내려주는 밥도 먹어보고 싶어요."
그녀는 놀란 얼굴로 나를 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커피향으로 시작된 인연은
부엌의 따뜻한 김과 소박한 국물 냄새로
조용히, 단단히 이어졌다.
다연은 이제 내 옆에서
하루의 아침을 함께 열고,
저녁엔 내게 정성스레 밥을 지어주는 사람이다.
아직도 가끔
카페에서 앞치마를 입고 커피를 내리던 그녀가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그녀가 타주던 아메리카노의 쓴맛보다
지금 그녀가 끓여주는 된장국의 구수함이
훨씬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함께 나누는 ‘시간’ 때문이겠지.
다연은 여전히 조용한 사람이지만,
그 침묵 속엔 말로 다하지 못할 사랑이 가득하다.
말없이 챙겨주는 반찬 하나,
밥 위에 조심스럽게 얹은 계란프라이 하나에도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읽는다.
그녀는 이제
내 신부다.
그리고 나의 하루를 만들어가는 사람.
커피를 타주던 종업원이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밥을 지어주는 사람으로
곁에 있다는 것이,
나는 그저…
믿기지 않을 만큼 감사하다.
다연아,
네가 내 옆에 있어줘서
매일이 따뜻해.
그 모든 사소한 순간들이
나에겐 가장 소중한 행복이야.
'TOD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사랑, 미지 – 노래방에서 피어난 인연의 기억 (0) | 2025.04.14 |
---|---|
승마장에서 다시 만난 나의 사랑, 다연 (0) | 2025.04.13 |
만난 건 3개월, 그렇지만 영원히 기억나는정다연이라는 그 이름 (0) | 2025.04.13 |
자동차 판매원이던 영미와 나의 아름다운 사랑 (0) | 2025.04.12 |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만났던, 지나간 그녀가 그립다 (0) | 2025.04.11 |
일본에서 만난 나의 사랑, 이제는 두 딸의 엄마. 다른 사람의… (0) | 2025.04.11 |
마흔이 되어도 생각나는, 내 사랑 다미 (0) | 2025.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