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고, 새벽을 알리는 희미한 기운만이 창틈을 비집고 스며들어 온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 때, 문득 오래전 낡은 담벼락 너머 살던 아이, 맑고 순수했던 미영이의 이름이 아련한 그리움과 함께 떠올랐다. "옆집 살던 그리운 미영아 잘 살고 있니"라는 짧은 한 문장은,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기억의 먼지를 조심스럽게 털어내고,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희미하지만 따스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순간들을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놓는다. 마치 오래된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희미한 멜로디처럼, 그 시절의 따뜻했던 추억들이 밤의 고요한 정적 속에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며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옹기종기 붙어있던 낡은 슬레이트 지붕의 단독주택들. 그곳은 우리에게는 세상의 전부였고, 우리는 서로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비밀을 공유하고 함께 웃고 울었던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였다. 따스한 햇살이 나른하게 쏟아지던 어느 오후, 낡은 나무 대문이 삐걱거리는 정겨운 소리와 함께, "미영아! 같이 놀자!" 하고 목청껏 외치던 나의 풋풋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울리는 듯하다. 커다란 사슴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은 듯 해맑게 웃던 미영이의 순수한 모습은, 마치 오래된 동화책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온 듯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
우리의 서툴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은, 언제나 함께하는 즐거운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술래잡기를 하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낡은 담벼락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작은 돌멩이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해 질 녘 붉게 물든 노을 아래, 서로의 작은 비밀들을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미래에 대한 꿈을 함께 키워나갔던 풋풋한 기억들은, 마치 빛나는 조약돌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미영이는 늘 활발하고 장난기 넘치던 나의 가장 친한 단짝 친구이자, 때로는 철없는 나의 투정을 묵묵히 들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우리는 서로의 작은 기쁨을 함께 나누며 크게 웃었고, 예상치 못한 슬픔이 찾아올 때면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함께 눈물을 훔치며, 그렇게 어린 시절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만들어갔다.
미영이의 작은 집은 언제나 따뜻한 웃음소리와 맛있는 음식 냄새로 가득한 행복한 공간이었다. 푸근하고 넉넉한 인상의 미영이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를 환한 미소로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갓 구운 따뜻하고 달콤한 빵이나, 알록달록한 색깔의 맛있는 과자를 푸짐하게 나누어 주시곤 했다. 낡은 돗자리를 펴고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머니가 들려주시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낡은 흑백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함께 열광했던 기억은, 지금 떠올려도 가슴 한가득 따뜻함이 밀려오는 소중한 추억의 조각들이다. 미영이의 작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낡은 그림책의 빛바랜 페이지를 함께 넘기거나,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풋풋한 동요를 어설픈 발음으로 따라 불렀던 순수했던 기억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 속 잊혀진 그림처럼 아련하게 남아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미영이는 그림 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작고 섬세한 손으로 알록달록한 색연필을 꼼꼼하게 쥐고, 하얀 도화지 위에 펼쳐지는 그녀의 풍부한 상상력은 늘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서, 어린 나의 상상력까지 자극하며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곤 했다. 삐뚤빼뚤하지만 정성스럽게 색칠된 그림 속에는, 우리가 함께 뛰어놀던 정겨운 동네 풍경, 꼬리를 흔들며 졸졸 따라다니던 귀여운 강아지,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미영이의 섬세한 손길과 끝없이 펼쳐지는 풍부한 상상력이 늘 부러웠고, 그녀가 작은 손으로 정성껏 그려주는 그림들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곤 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으면서, 안타깝게도 조금씩 서로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반에 배정되었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각자의 학업에 열중하면서, 함께 골목길을 뛰어놀거나 비밀 이야기를 속삭이던 소중한 시간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끈끈하게 이어졌던 우리의 순수한 우정은, 서서히 변화해가는 주변 환경 속에서도 쉽게 퇴색되거나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집을 오가며 어색하지만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고, 가끔씩 함께 학교 앞 작고 허름한 문방구에 들러 짭짤하고 달콤한 쫀드기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어린 시절의 따뜻했던 우정을 조용히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청천벽력과도 같은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미영이네 가족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정든 동네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제대로 된 작별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우리는 그렇게 어린 시절의 소중한 인연과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슬픈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텅 비어버린 미영이네 낡은 집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직 세상 물정 몰랐던 어린 마음에도 커다란 슬픔과 깊은 아쉬움을 느꼈던 안타까운 기억이 아직도 가슴 한켠에 생생하게 남아 아릿한 통증을 안겨준다. 마치 오랫동안 내 곁을 맴돌았던 소중한 그림자 하나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듯한 텅 빈 공허함이 온몸을 감쌌다.
그 후로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이 덧없이 흘러갔다. 낡고 정겨웠던 우리의 작은 동네는, 빠르게 진행된 재개발의 거센 물결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고, 어린 시절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뛰어놀던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이제 희미한 기억 속에서만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이다. 나 역시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어린 시절의 소중했던 친구들의 이름은 점차 기억의 저편으로 희미하게 잊혀져 갔다. 하지만 문득, 차갑고 고요한 새벽 공기 속에서 불현듯 떠오른 미영이의 맑고 순수한 이름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아름답고 소중했던 추억들을 마치 마법처럼 다시금 선명하게 되살려 놓았다.
"옆집 살던 그리운 미영아 잘 살고 있니"라는 짧고 간결한 물음 속에는, 덧없이 흘러간 긴 시간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 한켠에 따뜻하게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우정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제대로 된 작별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던 어린 날의 깊은 아쉬움, 그리고 부디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조용한 염원이 애틋하게 담겨있다. 지금쯤 미영이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아름답게 성장해 살아가고 있을까. 여전히 맑고 밝은 햇살 같은 미소를 간직하고 있을까. 어린 시절, 화가가 되는 꿈을 꾸던 꿈 많았던 소녀는, 지금 어떤 아름다운 꿈을 이루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비록 지금은 서로의 소식조차 알 수 없는 머나먼 곳에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어린 시절 낡은 담벼락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함께 나누었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은, 여전히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따뜻하고 영롱하게 남아 영원히 빛나고 있을 것이다. 함께 웃고 울었던 순수하고 맑았던 시간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풋풋하고 끈끈했던 우정은, 시간이 아무리 덧없이 흘러간다 해도 결코 퇴색되거나 사라지지 않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영원히 빛날 것이다.
미영아, 부디 지금도 네 맑고 깨끗한 웃음소리처럼, 세상의 모든 행복을 가득 누리며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린 시절, 네가 작은 손으로 정성껏 그려주었던 삐뚤빼뚤하지만 따뜻한 그림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처럼, 너의 삶에도 늘 따뜻한 행복과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아름다운 꿈들이 가득하기를 조용히 응원한다. 차갑고 고요한 새벽 공기 속에서 문득 떠오른 너의 맑은 이름은, 잠시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해 주고, 다시금 텅 비었던 내 마음 한켠을 따뜻한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주는 소중한 기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창문 너머 희미하게 떠오르는 너의 해맑고 순수했던 미소를 조용히 그려보며, 나는 다시금 덤덤하게 나의 새로운 하루를 조용히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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