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던 어느 점심시간, 나는 습관처럼 학교 앞 작은 돈까스집의 문을 열었다. 낡은 나무 테이블과 의자, 벽 한쪽에 붙어있는 빛바랜 메뉴판은 변함없는 풍경이었다. 익숙한 돈까스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고, 나는 늘 앉던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날, 그곳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다.
뽀얀 피부에 동그란 눈, 가지런한 앞니가 매력적인 소녀였다. 긴 생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앞치마를 두른 채, 분주하게 테이블을 오가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모습이 마치 작은 새처럼 경쾌했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하는 그녀의 모습은 햇살 아래 더욱 빛나 보였다.
나는 순간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둔탁한 쇳소리를 내며 돈까스를 써는 소리,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 위에서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의 소소한 대화 소리마저 멈춘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오직 그녀의 움직임만이 슬로우 모션처럼 눈에 들어왔다.
며칠 후, 나는 다시 그 돈까스집을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하는 그녀에게 어색하게 돈까스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나는 괜히 물컵만 만지작거리며 그녀를 힐끗거렸다.
"맛있게 드셨어요?"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그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그녀의 눈은 더욱 맑고 깊었다.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
그 후로 나는 매일같이 그 돈까스집을 찾았다. 돈까스의 맛도 훌륭했지만, 사실 그녀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이름은 '다연'이었다. 이름처럼 다정하고 자연스러운 매력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다연이는 손님들에게 항상 친절했고, 힘든 기색 없이 밝은 모습이었다. 가끔씩 주문이 밀려 힘들어 보일 때도 있었지만, 그녀는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금세 활력을 되찾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강인함과 밝음이 좋았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 혹시 학교 어디 다니세요?"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다연이는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곧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저 ○○고등학교 다녀요. 몇 학년이세요?"
그렇게 우리는 짧은 대화를 시작으로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학교 이야기, 좋아하는 음식, 취미 등 평범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다연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쉬는 시간에는 늘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나는 그런 그녀의 섬세한 감성과 예술적인 면모에 끌렸다. 가끔씩 그녀가 그린 그림들을 보여줄 때면, 나는 그녀의 재능에 감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하고, 학교 끝나고 잠깐 카페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돈까스집은 우리의 아지트가 되었고,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특별한 감정을 키워나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는 다연이를 향한 내 마음이 단순한 호감을 넘어선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밝은 미소, 따뜻한 마음, 긍정적인 에너지… 그녀의 모든 것이 나에게는 소중하고 특별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쉽게 표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혹시나 우리의 관계가 어색해질까 두려웠고,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키며, 그녀를 응원하는 것으로 내 마음을 대신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연이가 힘든 표정으로 내게 털어놓았다. 집안 사정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학교를 휴학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밝고 씩씩하던 그녀의 모습 뒤에 숨겨진 어려움에 나는 마음이 아팠다.
나는 그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녀를 격려해주는 것뿐이었다.
"다연아, 너무 힘들어하지 마. 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항상 응원할게."
나의 진심 어린 말에 다연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붙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며칠 후, 다연이는 돈까스집을 그만두게 되었다. 마지막 날, 나는 그녀에게 작은 꽃다발과 함께 떨리는 마음으로 나의 마음을 고백했다.
"다연아, 처음 너를 본 순간부터 내 마음은 온통 너로 가득했어. 네 밝은 미소와 따뜻한 마음에 늘 힘을 얻었고, 너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했어. 혹시… 나랑 만나볼 수 있을까?"
나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다연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환하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저도 오빠를 좋아했어요. 오빠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에 늘 감사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돈까스집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아름다운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연이는 학교를 잠시 쉬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그림 실력을 더욱 갈고 닦아 웹툰 작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꿈을 응원하며, 그녀가 힘든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해주었다.
우리는 함께 전시회를 보러 가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다. 때로는 다투기도 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욱 단단한 관계로 발전해나갔다.
돈까스집에서의 첫 만남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아있다. 그곳은 우리의 사랑이 시작된 곳이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시간이 흘러, 다연이는 어엿한 웹툰 작가로 데뷔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녀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여전히 빛나고 있으며,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우리의 사랑은 돈까스처럼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맛을 닮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함께 만들어갈 행복한 날들을 기대한다. 돈까스집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이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며, 나의 다연이와 함께 영원히 행복할 것이다. 그녀의 이름처럼, 다정하고 자연스러운 그녀, 나의 사랑스러운 다연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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