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만난 나의 사랑 다연… 이제는 잊을게

 

너를 처음 만난 그 날, 나는 아무런 특별한 기대 없이 모임에 참석했었다. 그저 친구들이 추천한 모임이라 가볍게 나갔고, 사람들의 얼굴은 잠시 빛을 발하다가 금세 흐릿해졌다. 하지만 그날 네가 들어왔을 때,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너에게로 향했다. 그때 너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의 별처럼 빛나 보였고, 나는 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첫눈에 느껴졌던 그 묘한 느낌은 나를 휘감았고, 그것은 단순히 외모나 첫인상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네가 내게 다가오는 방식, 아주 부드럽고 조심스러워 보였던 그 모습에서, 나는 무언가 특별한 존재를 본 것 같았다.

모임이 끝난 뒤, 우리는 서서히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다. 너는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는 편이었고, 그런 너를 알아차린 사람도 많지 않았다. 나는 그런 점이 좋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며, 너는 자신의 삶과 꿈,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한 많은 것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은 때로는 웃음이 가득했고, 때로는 무겁고 진지했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친구 이상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친구로서 너를 대했다. 너가 이미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기에, 그 선을 넘지 않으려 했고, 그게 나의 미덕이자 책임감이라 생각했다. 너와의 관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내 마음속의 감정은 더 강하게 꿈틀거렸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이란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 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우리 사이의 우정을 깨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나를 억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너와 나는 자주 있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날 너는 평소보다 더 힘이 없어 보였고, 내가 너의 옆자리에 앉자 너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너는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보다 많이 지쳤나 봐." 그 말이 나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나는 너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너는 잠시 침묵을 지켰고,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가 나를 더 이상 이해하지 않는 것 같아. 나를 사랑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나를 외면하는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마음이 흔들렸다. 네가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너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너를 위로하는 내 손길은 자연스러웠고, 그 손길은 어느 순간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나는 너를 위로할 때마다 내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만큼 내 마음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너에게 대한 나의 감정은 단순히 친구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랑은 결코 드러낼 수 없는 사랑이었다. 너는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했고, 나는 그 사실을 지우지 못했다.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너는 모르고 있을 거다.

우리는 그렇게 몇 번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갔다. 서로에 대한 감정은 더욱 커져만 갔지만, 그 감정을 숨기는 것이 우리의 규칙이 되었다. 우리는 나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고, 그 비밀 속에서 서로를 더욱 깊게 알게 되었다. 네가 울 때, 나는 그저 네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마음속으로만 속삭였다. ‘너를 사랑해, 다연아.’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서만큼은 가장 강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너와 나는 우리 관계를 숨기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우리의 만남이 점점 더 자주 이루어지면서, 그 사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서 눈치챈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결국 그 사실은 네가 속한 사회적 환경에서 문제로 비춰졌다. 네가 그 사람과 여전히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나는 그저 조용히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너는 그 상황 속에서 점점 더 괴로워 보였고, 나는 그 아픔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결국 네가 말을 꺼냈다. "우리는 잘못된 시작이었어." 그 말은 내게 날카로운 칼날처럼 다가왔고, 나는 그 순간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말이 끝날 때쯤, 나는 나의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결국 그렇게 멀어졌다. 네가 선택한 길이 아프긴 했지만, 나는 그 길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네가 이별을 고할 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네가 떠난 자리에 홀로 남겨졌다. 처음에는 참기 어려웠다. 계속해서 너와의 시간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잠기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추억으로 남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이 너무나도 진지하고 뜨거운 감정이었다는 걸 알지만, 그 사랑은 결국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길이었다. 사랑은, 때로는 떠나보내는 것 역시 사랑의 일환임을 배웠다.

다연아, 그동안 고마웠어. 네가 나에게 준 사랑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사랑을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네가 내게 준 모든 순간들이 소중했지만, 그 소중함을 그대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언젠가 네가 행복하기를, 그리고 나 역시 내 삶을 온전히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제 나는 너를 잊기로 했다. 그동안 가슴 깊이 담아두었던 사랑을, 이제는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연, 우리는 정말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 이 사랑을 더 이상 끌어안고 살지 않겠다. 너를 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