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어서 술을 마시지만 네가 지워지지 않아…

 

술을 마시며 너를 잊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네가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처음 만난 날부터, 우리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웃었던 날들도, 울었던 날들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던 일상 속 모든 사소한 것들이 차가운 유리잔을 들이킬 때마다 다시 내 마음속에 떠오른다. 마치 술잔 속에서 너의 모습이 맺혀드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내가 얼마나 너를 잊고 싶어 했는지, 내 안에서 싸워온 시간들이 이렇게 술을 부르고 있다는 걸 알지만, 결국 그건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할 뿐이다.

“그냥 마시면 된다, 마셔야 한다.”
나는 자주 그렇게 말하며 술을 마신다. 한 모금, 두 모금, 삼 모금. 술잔이 비워질수록 내 마음은 더 무겁게 내려앉는다. 술이 조금씩 내 몸을 데워주는 느낌에 잠시 기분이 나아지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도 네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어느 순간에도,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 또렷이 떠오른다. 마치 내가 술을 마시면 그 안에서 너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계속해서 한 잔을 채운다.

너와 함께한 시간들이 아득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시간 속에 갇혀 있다. 널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과 후회가 얽혀 있고, 너를 잊으려고 할수록 그 기억이 더 깊이 파고든다. 왜 그때 너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왜 그때 너의 손을 더 꽉 잡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 이제 와서 말해봤자, 이미 늦었음을 알고 있다. 너는 내 곁을 떠났고, 나는 그 자리를 채우려 술잔을 들이킨다.

처음엔 술이 조금씩 내 몸을 이완시켜준다. 마음이 흐려지면 그나마 너에 대한 기억도 덜 아프게 느껴질 것 같았다. 술에 취해 잠시라도 네 얼굴을 잊고 싶어서, 나는 너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럴수록, 네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술잔을 들고 있을 때마다, 내 기억 속에서 너는 날카롭게 또렷이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술은 그걸 감추지 못하게 만든다.

“너를 잊고 싶어, 진짜로…”
술잔을 비우며 중얼거린다. 그 순간, 내 마음은 비워지지 않는 것처럼 무겁다. 네가 떠나간 후, 내가 이겨내려고 했던 수많은 날들이 떠오른다. 그때마다 나는 왜 너를 이렇게 쉽게 보내지 못하는지 자책했지만, 그 모든 생각은 결국 한 마디로 귀결된다. ‘내가 너를 사랑했기 때문이야.’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렇게 나를 짓누를 줄 몰랐다.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 그때의 너, 그때의 우리를 가슴에 묻어두고 싶었지만,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그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너와 함께 웃었던 날들, 처음으로 너의 손을 잡았을 때의 떨림,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장소의 공기까지도. 내가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그 모든 것이 점점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내가 너를 잊고 싶어서 마셨던 술이, 오히려 나를 더 아프게 만든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술이 내 몸을 더 무겁게 만들 때마다, 나는 그동안 술잔을 채우며 너를 잊으려 했던 내 모습을 자꾸만 떠올린다. “왜 나는 이렇게 계속해서 너를 붙잡고 있을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나는 너를 놓쳤고, 너는 떠났다는 걸 안다. 나는 더 이상 너를 붙잡을 수 없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계속해서 너를 떠올리게 되는 걸까? 왜 이렇게 너의 빈자리가 내 마음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는 걸까?

한 잔, 또 한 잔. 술은 점점 더 내 마음을 흐리게 한다. 너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물처럼 흐려지고, 그 속에서 나는 너를 잊고 싶은 마음과, 너를 놓아주지 못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너를 잊으려는 내 의지가 너무도 약하게 느껴진다. 결국 술은 나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고, 너를 생각하게 할 뿐이었다.

내가 너를 잊으려 한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너를 떠나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술잔 속에서 너의 모습만을 더 선명하게 보았다. 나는 계속해서 너를 잊고 싶었지만, 술잔을 비울 때마다 네가 내게 다가온다. 내게 남은 유일한 답은, 시간이 지나야만 네가 잊혀질 거라는 사실뿐이다. 술을 마시며 그 시간을 기다리기로 한다.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네가 떠오르고 있다.

나는 너를 잊으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술은 잠시 나를 망각에 빠뜨릴 뿐, 그 속에서 너는 여전히 내 가슴을 타고 흐른다. 언젠가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아니, 사실 잊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술잔을 채운다. 하지만 이건 아마, 내가 내 마음을 피하기 위한 또 다른 방편일 뿐인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