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웠다고 헤어져야 하나요?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바람을 피운 사람이랑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런 상황에서 정말 끝내야 하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해 나는 늘 한참을 생각하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충격과 배신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내 마음이 어떤 선택을 할지,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 그저 그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내가 바람을 피운 그 사람과 헤어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 답을 찾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무언가 굳어버린 듯한 느낌, 말을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있는 동안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한순간에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내가 믿었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왜?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내게서 무엇이 부족했길래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나에게 바람을 피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고, 끊임없이 되물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 미움의 감정이 가득 차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사람에게 가해질 비난을 내가 끌어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을 피운 그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보다는, 왜 그랬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그저 나와의 관계에서 어떤 결핍이 있었을지 모른다. 나 역시 그것을 느끼지 못했던 건 아닐까? 만약 그 사람이 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면, 내가 뭔가 더 배려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상상하면서, 내가 한 번쯤은 그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이해해보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생각들 속에서도 나의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내가 왜 그를 믿지 못하게 되었을까? 그때마다 나는 내 마음을 되돌아보며, ‘이 사랑을 계속 지켜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사랑은 한 번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가며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가 바람을 피운 이유가 무엇이든, 그것이 변명일 수는 없지만, 그 사람에게 내 사랑을 완전히 접어버린다는 것이 과연 나에게 옳은 선택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정말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내가 가질 수 있는 감정은 분명히 사랑의 연장선에 있다. 바람을 피운 사실을 모르고 있던 당시, 우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그 사람을 너무 사랑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나는 생각해야 했다. 물론, 그 사랑이 정말로 완전히 사라졌다면 더 이상 그 사람에게 미련을 두지 않아도 되겠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여전히 그 사랑의 흔적이었다. 나는 그 사랑을 완전히 잊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을까? 바람을 피운 사람과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가능할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나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신뢰가 깨진 관계를 이어가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나에게 다시 신뢰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사람은 정말 나를 사랑하고 있던 걸까? 아니면 단지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한 걸까? 그 질문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하지만 나 역시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는 그 행동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 사람이 다시 나에게 신뢰를 주고, 다시 그 관계를 만들어가겠다고 결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나 또한,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나도 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었다. 내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익숙함과 안정감 때문에 그를 붙잡고 있는 것일까?

결국, 나와 그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우리는 그동안 서로를 너무 많이 사랑했기 때문에,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관계는 끝내는 게 낫겠다고 했다. 바람을 피운 그 사실에 대해 미안해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결국 그 사람은 내 마음속에서 다른 존재가 되었다. 내가 그를 믿고 사랑하는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랑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와 의문들이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사랑이란, 결국 한 사람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신뢰가 깨진 이상, 다시 그 신뢰를 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잘 알았다. 때로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헤어지기로 했다. 바람을 피운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감정들이 얽혀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내려야 할 결론은 하나였다. 더 이상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헤어짐을 선택했다. 이제 그 사람은 내 기억 속에서 천천히 잊혀질 것이다. 내가 헤어진 이유가 바람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이 관계에서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헤어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