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피운 봄
이별은, 세상 끝에 혼자 버려진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듯했지만, 실은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매일 아침 눈을 떠야 했고, 숨을 쉬어야 했고, 웃는 척을 해야 했다. 괜찮은 척하는 것, 그것이 내 하루의 전부가 되어버렸다.그날 이후로, 세상이 이상하게도 조용해졌다. 웃음소리가 뭉개지고, 거리의 사람들 모습이 물안개처럼 흐릿했다. 매일같이 반복되던 일상조차 낯설어졌다. 커피를 마시는 손끝, 지하철을 타는 발걸음,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 모든 순간마다 너의 빈자리가 느껴졌다.밤이 되면, 외로움은 더욱 깊어졌다. 이불을 덮고 누운 채 가만히 눈을 감으면, 너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잘 지내.' 짧은 인사가 못다 한 이야기처럼 길게 이어졌다. 그 말 한마디에 담긴 온갖 의미들을 상상하다 보면 어..
2025. 4. 27.
내 꿈도 버리고 함께하고 싶었던, 지나간 사랑 — 다미 오마의 러브
스무 살 초반,내가 품었던 꿈은 그리 크지 않았다.딱 하나,누군가의 전부가 되는 것.그 누군가는 바로 다미였다.다미는 유난히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마치 무언가를 오래 기다려온 사람처럼,늘 조용했고,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사람이었다.그녀를 처음 만난 건봄비가 흩날리던 어느 골목 어귀,‘오마의 러브’라 불리던 작은 카페에서였다.그 카페는 다미의 공간이었다.작은 커피 머신 하나,삐걱이는 나무의자 몇 개,그리고 창가에 꽂힌 그녀의 낡은 책들.모든 것이 그녀를 닮아 있었고,나는 그곳에서 커피보다 그녀를 마시듯 매일같이 들렀다.우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밤이면 늦도록 음악을 틀어놓고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나는 대학을 다녀야 했고,그녀는 혼자 그 카페를 지켜야 했지만마치 ..
2025. 4. 20.
세 번의 끝,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 그리운, 나의 다연
다연이와 나는 세 번을 헤어졌다.처음은 어리석었고,두 번째는 지쳤으며,세 번째는, 이제 정말 끝이라는 걸 서로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상하지.가장 확실히 끝났다고 느낀 그 마지막 뒤로,그녀는 오히려 더 자주 내 안에 찾아온다.조용한 밤이면,불쑥 생각나고,그녀가 좋아하던 노래 한 소절이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날이면그냥, 가슴이 먹먹해진다.처음 만난 건 스물셋,한창 뜨겁고 서툴던 때였다.다연은 나보다 한 살 어렸고,눈웃음이 참 따뜻한 아이였다.작은 일에도 자주 웃었고,무엇보다 말보다 눈으로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그 눈이 웃을 땐 나도 같이 웃었고,그 눈이 슬퍼질 땐 이유를 묻기 전에 안아주고 싶었다.첫 이별은,사소한 다툼과 자존심 싸움 끝이었다.서로 미안하단 말만 꺼냈어도 달라졌을 텐데,그땐 그 말이..
2025.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