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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끝,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 그리운, 나의 다연

by 탓픽 2025. 4. 19.

 

다연이와 나는 세 번을 헤어졌다.
처음은 어리석었고,
두 번째는 지쳤으며,
세 번째는, 이제 정말 끝이라는 걸 서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지.
가장 확실히 끝났다고 느낀 그 마지막 뒤로,
그녀는 오히려 더 자주 내 안에 찾아온다.
조용한 밤이면,
불쑥 생각나고,
그녀가 좋아하던 노래 한 소절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날이면
그냥, 가슴이 먹먹해진다.

처음 만난 건 스물셋,
한창 뜨겁고 서툴던 때였다.
다연은 나보다 한 살 어렸고,
눈웃음이 참 따뜻한 아이였다.
작은 일에도 자주 웃었고,
무엇보다 말보다 눈으로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눈이 웃을 땐 나도 같이 웃었고,
그 눈이 슬퍼질 땐 이유를 묻기 전에 안아주고 싶었다.

첫 이별은,
사소한 다툼과 자존심 싸움 끝이었다.
서로 미안하단 말만 꺼냈어도 달라졌을 텐데,
그땐 그 말이 그렇게 어렵더라.
우리는 돌아서고, 멀어졌다.
하지만 결국, 그리움은 다시 우리를 데려다줬다.
두 번째 만남은
더 조심스럽고, 더 애틋했다.

다연은 그때 많이 성숙해져 있었다.
나는 그녀가 더 이상 아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은 전보다 단단했지만
삶이란 게 항상 감정만으로 풀리는 건 아니었다.

두 번째 이별은
현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일이었다.
멀어진 시간표, 서로 다른 방향의 발걸음,
사랑해도 함께할 수 없는 순간들이
우리를 다시 갈라놓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만남은 우연처럼 다가왔고,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기다렸는지를
단 한 번의 포옹으로 확인했다.

그때 다연은 말했다.
“이번엔 끝을 정하지 말고 살아보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끝은 조용했다.
울지도, 싸우지도 않았다.
그냥…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걸 멈추고,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 후로 다연은 연락이 없었고,
나도 그녀의 평온을 깨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기에
그 기억을 상처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못났다.
잊겠다고 다짐해도,
그녀가 앉던 자리,
그녀가 좋아하던 카페의 커피 향,
그녀가 웃을 때 살짝 올라가던 오른쪽 입꼬리까지
아직도 선명히 떠오른다.

이제는 안다.
다연과 나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세 번의 끝은
어쩌면 우리 사랑의 완성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녀가 그립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다시 꺼낼 수 없는 그 말들을
가슴속 깊이 눌러 담으며
오늘도 조용히 그녀를 떠올린다.

다연.
이제 내게는 이름만으로도 울컥해지는 사람.
다시 오지 않을 계절 속,
내가 가장 뜨겁게 사랑했고,
가장 아프게 놓았던 사람.

그녀를 사랑했던 모든 순간은
지금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그리움은 아프지만,
그 아픔마저도
내겐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