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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다연, 너를 잊기로 했는데… 아직도 너를 찾아

by 탓픽 2025. 4. 20.

 

다연은 나보다 한 살 어렸다.
하지만 어쩐지 늘 나보다 한참 더 어른 같았다.
웃음이 참 따뜻한 아이였고,
말없이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저 ‘좋은 사이’였다.
사귀진 않았지만,
매일 아침 인사처럼 카톡을 주고받고,
밤엔 괜히 연락 끊기 싫어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없이 이모티콘만 주고받던 그런 사이.

그러다 문득,
다연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웨딩드레스로 바뀌었다.
너무 예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정장을 입은 어떤 남자 옆에서.
그 순간 내 손끝이 식어갔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축하해야 하는데,
행복을 빌어줘야 하는데,
나는 그저 화면만 계속 들여다보았다.
그날 밤, 휴대폰을 수십 번 들었다 놨다 하며
“결혼 축하해”라는 한 줄을 적고는
결국 보내지 못했다.

나보다 어리던 다연,
하지만 이제는
내가 절대 넘을 수 없는 시간의 건너편에 있는 사람.

나 혼자 마음을 키워왔고,
혼자 기대했고,
혼자 의미를 부여했던 그 모든 감정들이
그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은 후
나는 다연을 마음에서 지우기로 했다.
사진첩도 지우고,
대화창도 삭제했다.
그녀가 자주 가던 카페,
좋아하던 노래,
모두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워냈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어느 날은 술 한 잔에 취해
그녀의 이름을 검색창에 적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어느 날은 습관처럼
그녀의 카톡 프로필을 눌러보며
혹시 사진이 바뀌었는지 확인하는 나 자신에
씁쓸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잊기로 했는데.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그리울까.

그녀는 이제
누군가의 아내로,
어쩌면 누군가의 엄마로
새로운 계절을 살아가고 있겠지.
그 안에 나는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녀의 옛 프로필 사진 하나에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다연아,
너는 몰랐겠지.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는지.

이제는 정말 너를 놓아주어야 할 시간인 줄 안다.
너의 계절에
내 그늘진 마음이 머무를 자리는 없다는 걸
이제는 받아들이려 한다.

그래서 오늘은,
조용히 네 이름을 마음속에서 한 번 불러보고
그리움 하나를 내려놓는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너를 떠올려도
아프지 않은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는…
조금만,
조금만 더
그리워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