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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나의 첫사랑 교생선생님을 다시 만나 사귀게 된 사연

by 탓픽 2025. 5. 2.

 

열여덟 살의 봄은 모든 것이 부풀어 오르는 계절이었다. 학교 담벼락에 핀 개나리처럼 내 마음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고등학교 3학년, 대학 입시를 앞둔 중요한 시기였지만, 내 마음은 온통 그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반에 새로 오신 교생선생님, 스물넷의 그녀는 내게 첫사랑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부터 4주간 여러분의 국어 교생선생님으로 함께하게 된 김민지입니다."

그날 아침, 그녀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 부드러운 미소, 그리고 반짝이는 눈빛. 열여덟 살 소년의 가슴에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스며들었다. 그 순간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교생선생님은 우리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수업 시간에도 친근하게 다가와 우리의 고민을 들어주곤 했다. 특히 문학 작품을 설명할 때면 그녀만의 독특한 해석과 감성이 느껴졌다. 윤동주의 시를 읽을 때 그녀의 목소리에 실린 감정은 지금도 내 귓가에 맴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나는 점점 그녀의 수업 시간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국어 성적이 갑자기 올라갔고,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내 변화를 놀리기도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그녀의 눈에 들고 싶었을 뿐이다.

용기를 내어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찾아가 질문을 하기도 했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어느 날은 그녀가 들고 있던 책 제목을 슬쩍 확인해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였다. 그 책을 읽으며 그녀의 취향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싶었다.

4주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마지막 수업 날, 그녀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작은 편지와 함께 초콜릿을 나눠주었다. 내 손에 쥐어진 편지에는 "항상 열심히 참여해줘서 고마워요. 대학에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라는 짧은 문장과 함께 그녀의 서명이 있었다. 그 종이 쪽지는 내게 보물이 되었다.

그녀가 떠난 후, 나는 첫사랑의 아픔을 조용히 삭이며 입시 준비에 몰두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가끔 그녀를 떠올리곤 했다. 특히 봄이 오면, 교생실습 기간이 되면 그녀의 미소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름다운 추억일 뿐,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던 어느 날, 우연히 시내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다가가야 할지, 그냥 지나쳐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혹시... 이준호 학생 아닌가요?"

놀랍게도 그녀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국어 수업 시간에 항상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발표하던 학생이라고. 우리는 그렇게 카페에서 오랜만에 재회했고,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여전히 교사였고, 이제는 정식으로 한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지금도 문학 작품을 많이 읽나요? 그때 하루키의 책을 추천해줬었는데..."

그녀가 그걸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사실 나는 그날 이후로 하루키의 모든 책을 찾아 읽었다. 그녀와 조금이라도 연결되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자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사실... 선생님이 제 첫사랑이었어요."

용기를 내어 고백했다. 일곱 년이 지난 지금, 그 마음을 전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구나. 나도 네가 특별한 학생이라고 느꼈어. 항상 진지하게 수업을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

그날 이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에 대한 이야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점차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녀의 학생이 아니었고, 그녀도 더 이상 나의 선생님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두 사람이었다.

세 달이 지났을 무렵, 우리는 공식적인 첫 데이트를 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문학 전시회에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 전시장을 거닐며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의 모습은 7년 전 교실에서 문학을 설명하던 모습과 똑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이준호 씨는 어떻게 이 구절을 해석하나요?"

그녀가 물었을 때, 나는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했다. 더 이상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혹은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대답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문학을 사랑하게 된 내 마음을 전했다. 그녀는 그런 내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선생님... 아니, 민지 씨. 제가 고등학생 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당신을 정말 좋아합니다."

미술관을 나서며 고백했다. 그녀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나도 지금의 준호 씨를 좋아해요."

그렇게 우리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과거 교사와 학생이었다는 관계가 이상하게 느껴질까 봐 걱정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과거가 아닌 현재에 기반하고 있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두 어른으로서 만난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어제는 그녀와 함께 7년 전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앞을 지나갔다. 봄이 와서 담벼락에는 여전히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게 다 운명이었나 봐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열여덟 살의 내가, 그리고 스물넷의 그녀가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순수한 첫사랑이 오늘의 깊은 사랑으로 이어진 것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닌 것 같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오늘, 나는 그녀에게 청혼할 계획이다. 7년 전 그녀가 내게 줬던 편지와 함께 반지를 준비했다. 그 편지는 내 첫사랑의 증거였고, 이제는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징표가 될 것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 희귀한 경우가 되었다. 7년의 시간이 흐른 뒤,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 것이다. 가끔은 그녀가 교탁 앞에 서서 윤동주의 시를 읊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도, 지금도, 그녀는 내 인생의 빛나는 별이다.

오늘 저녁, 우리가 처음 다시 만났던 그 카페에서 청혼할 예정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구절을 인용해 프러포즈 편지를 썼다. "사랑한다는 건, 상대의 상처까지도 사랑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서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모든 상처와 기쁨을 안고 함께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나의 첫사랑 교생선생님을 다시 만나 사귀게 된 사연은 이렇게 진행 중이다. 열여덟의 순수한 감정이 서른의 깊은 사랑으로 이어진 우리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아이에게 이 특별한 인연을 들려줄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교생실습 기간 동안 내게 문학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었던 그녀는 이제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함께 우리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때로는 현실이 소설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다.

가끔은 그날 용기를 내어 카페에서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은 종종 그런 작은 결정들에 달려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오늘 밤, 그녀에게 청혼하며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7년 전 교실에서 당신을 처음 봤을 때, 그때의 떨림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합니다. 당신은 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우연이자, 가장 필연적인 사랑입니다."

첫사랑과의 재회, 그리고 새로운 시작.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